사립초 입학설명회 시즌..지원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1. 커리큘럼)

사립초설명회 다니며 나름 경쟁률 고민하다 1곳에 지원하고 그렇게 입학을 했던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어느새 졸업을 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를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ㅎ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초등학교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시기이기에 결정에 대한 고민과 책임이 오롯이 부모에게 남는..그러나 아이의 성장 과정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 개인적으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은 고민과 번뇌를 했었던것 같다.

17년도 강북의 한 사립초에 입학하고 전학없이 6년을 다니고 졸업시킨 워킹맘의 입장에서 만족한 부분과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개별적인 상황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점은 유의하시길!)

내 경우는 공립초의 늦은 등교와 이른 하교, 그 이후에 이어지는 학원뺑뺑이..나의 퇴근시간에 맞춘다면 아이는 기본 4-5개의 학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고,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같은 단지에 거주하고 아이를 케어해주고 계셨지만, 아침에 남편과 나의 출근 이후부터 등교시간까지, 하교 이후 붕 뜨는 시간들에 대한 대책이 좀 막막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그 긴 시간을 할머니에게 의지해 지낼 수 밖에 없는데, 초등학교 이후에는 엄마신세 덜 지겠다고 약속한 게 있어서 어찌됐든 가급적 안전하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사립초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 언제부턴가 사립초에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6세부터 학교에 대해 조금씩 알아봤는데, 사립초는 말그대로 학교마다 고유의 특성을 가진 탓에 커리큘럼이나 학교의 교육철학 등이 아이의 성향과 잘 맞는 학교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인듯!

서울시내 사립초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대개 10월 중순부터 11월초) 입학설명회를 신청받고, 학교마다 3회 내외로 학교 강당 등에서 설명회를 개최(온라인의 경우 유툽을 통한 실시간중계를 한다고 하던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해서 패쓰;;)하므로 학교에 따라 설명회를 가보지 못하고 지원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여건이 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6세부터 가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내 경우 회사에 다니고 있어 7세 때 시간이 맞지 않거나 설명회 신청이 안 될 수도 있을 것까지 감안해서 일찍부터 움직인 것도 있음

다행히도 학군지가 아닌 강북이라 집을 기준으로 반경 4-5키로 이내에 적지 않은 사립초등학교들이 있었는데, 매일 등하교를 해야하고, 스쿨버스 노선이 어느 정도 돌아서 가는게 불가피하므로 조금 먼 거리에 있는 학교는 아쉽지만 과감히 제외했다. 가능하다면 스쿨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것을 추천..아이 학교의 경우 7시반부터 스쿨버스가 운행하는데 등교시간까지 근 1시간을 차에서 보내는 경우, 특히나 1-2학년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학교생활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아이 학교 근처로 이사가 가능하면 학교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듯!

그 다음으로 아이에게 영어선행학습을 시키거나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지 않아 이머전 수업(외국어를 따로 가르치지 않고 일반 교과목 내용을 해당 외국어로 가르치는 언어교육방법)을 하는 학교는 일단 제외했고, 학교교육 외의 사교육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기에 학교 안에서 정규수업 그리고 방과후 수업으로 많은 부분이 커버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었다.

사립초등학교 대부분 나름의 커리큘럼에 꽤나 자부심이 있고, 입학설명회에서도 그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설명회를 통해 학교에서 갖고 있는 교육철학이나 분위기 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설명회에 참석해보길 권한다. 선생님들의 인상이나 설명회를 주관하는 교장선생님의 분위기, 교정의 전반적인 느낌 등도 학교를 선택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코로나 이전에 어느 학교는 직접 학교 식당에서 배식해서 급식을 먹을 수 있게도 해줘서 우리 아이의 경우 밥 먹고 나서 그 학교 가고 싶다고 했었다 ㅎㅎ

아이 학교를 포함해서 과거 설명회를 다녔던 3군데 학교 모두 악기와 운동은 기본적으로 6년 내내 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영어수업은 레벨에 따른 분반수업으로 진행되고 원어민 수업과 한국인 수업을 적절히 섞어서 진행함. 1학년 1학기는 아이들의 학교 적응 등을 이유로 단순 분반하여 수업하고 2학기부터 레벨테스트에 따른 분반수업을 했었고, 중간/기말시기에 리스닝과 독해/라이팅 등의 부문별 테스트하고, 그 시험의 평균 점수로 다음 학기 레벨을 결정되어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원어민 교사들의 수도 꽤나 많아서 다양한 국적과 성별의 선생님들과 수업할 수 있고 선생님들마다 티칭스타일이 다르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전제로 하다 보니 즐겁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매우 좋은 환경이었음(그 때는 몰랐는데 중학교에 와보니 체감하는 부분이 더욱 크다;;;)

아이학교의 경우 영어수업 외에 다른 교과수업은 저학년 때는 별도의 평가가 없고, 고학년이 되어서나 중간/기말형태의 시험을 거치는데 이 부분은 학교마다 조금 다른듯하다. 중학교에서 만난 인근 타 사립초 친구는 저학년때부터 시험을 봤었다고도 하고..그래도 대체로 사립초들은 학습적인 면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라,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에도 2학년때부터 학기마다 수학경시대회를 봤었고 다소 어려운 수준의 문제도 접할 수 있는 기회에 성적에 따른 시상도 있었음. 물론, 따로 공부를 챙겨서 했었고(실제로 주변 친구들 중 공부를 안 하는 친구들 보단 하는 친구들이 훨씬 더 많았음) 학교공부와 과제만 적당히 따라가는 것으로 해도 학습량이 (엄마 기준에선 부족하지만) 아이 기준에선 괜찮았던 듯 ㅎ

또한, 학교에 따라 특정 운동을 강화하여 교과과정에 넣기도 하지만, 방과후 과정에서도 꽤나 많은 체육활동을 선택할 수 있어서 운동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포인트라 이 부분은 6년 내내 꽤나 만족스러웠다. 대부분의 사립초는 집 근처 학교가 아니므로 통학에 기본적으로 매일 2-30분을 투자해야하는 아이들이기에, 특히나 저학년 때는 아이의 체력에 따라 수업참여도나 집중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운동은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악기는 대부분 사립초에서 1인 1악기를 하고 있고,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도 가능함. 우리 아이의 경우 바이올린을 선택했고, 방과후 과목에서도 교과과정과 동일한 악기수업을 선택해서 연습시간을 늘렸고, 아무래도 악기다 보니 개인레슨이 필요할 수 밖에 없어 사교육으로 주 1회 학원을 보내서 중학생인 지금도 악기는 놓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대비 공부에 더 집중해야하는 시기는 맞지만 음악을 통해 아이의 감성이 풍부해지고, 연주함에 따른 집중력 향상 그리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아이가 그만하고 싶다고 할때까지는 계속 시킬 생각!

악기별로 연 1회 교내콩클을 개최하며, 별다른 절차 없이 지원가능하고 작지만 무대에 서서 악기를 연주하고 (상은 웬만하면 다 주기는 함 ㅎ) 외부 심사위원의 채첨으로 연주 완성도에 따라 특상, 금상 등의 상을 받게되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악기 연주는 좋아하지만 무대에 서기는 싫어하는 아이 성향을 바꿔 주고 싶어 저학때(어쩌다 보니 코로나 이후로는 콩클 개최불가) 콩클을 나가도록 했고, 하기싫은 악기 연습을 꾸준히 하고 그 시간을 이겨내고 특상을 받는 좋은 경험도 했었다는 ㅎ

그리고 공립초든 사립초든 워킹맘에게는 필수적인 돌봄교실이 있는데..아이가 입학하기 전에는 할머니 손을 가급적 덜 빌리는 방향으로 가야했기에 돌봄교실이 있고 꽤나 내실있게 운영되는 학교를 선택하려고 했었다. 결론적으로 방과후를 꽉 채워서 제일 늦은 하교를 하는 것으로 결정해서 돌봄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 학교의 경우 돌봄교실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고, 단순하게 숙제를 봐주는 것부터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봐주는 등 전반적인 케어시스템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워킹맘에게는 다소 빡세게 다가오는 여름과 겨울방학..유치원(종일반 기준) 대비 기간이 길고 아이가 저학년일때는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는 무려 한 달이라는 방학기간..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방학마다 2주 정도는 방학캠프를 진행해서 1-4교시까지는 영어수업을 5-6교시는 본인이 좋아하는 특기수업(운동, 만들기, 악기 등)을 선택해서 다닐 수 있어서 엄마로서는 매우 만족도가 높았던 커리큘럼이었다. 한 달 내외의 방학기간에 초등학생 케어를 그것도 교과학원 없이 몇몇의 예체능 학원스케줄만 있는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전담해서 맡기기에는 도무지 견적이 안 나와서;;; 학교에서 하는 방학캠프는 엄마인 나로서는 필수였고, 고학년이 되면서 코로나로 인해 등교를 하지 않게 되고 아이가 제법 집에서 혼자 챙겨먹고, 공부하고 그런 시기가 되어서는 강력히 거부하는 바람에 신청하지 않았지만 저학년까지 매우 필요했고 유용한 커리큘럼이었다.

학교의 커리큘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선생님!

대부분의 사립초는 선생님들의 남녀성비가 5:5를 유지하고 있어 여자 선생님들이 편중된 공립초에 비해 아이들이 남성/여성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체득이 가능하고, 특히나 남자아이들의 경우 남자선생님 반이 되면 여자담임선생님에 비해 전반적으로 엄마들의 만족도가 확 올라가는 것을 많이 느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타고나기를 여자 아이들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특히나 저학년 때는 가만히 40분을 앉아있어야 하는 수업에서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남자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에 조금 관대하실 확률이 높은 편이고, 여자선생님들은 그때그때 지적을 해서 고쳐주려 하시는 경향이 많은 건 팩트!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가 지적 받는 정도나 수준이 달라지므로 학부모의 만족도는 달라질 수 밖에 ㅎ(실제로 여자아이들의 엄마들은 여자담임선생님에 비해 덜 꼼꼼한 행정처리나 수업방식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고;;;어떤 조건에서도 모두가 다 만족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남자선생님을 담임으로 6년 중에 두 번 해봤는데 대체로 체육수업에 진심이셔서 아이는 다른 때보다 활동적인 학교생활을 했고, 교복보다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 ㅎ

무엇보다 이런저런 스타일의 선생님들이 있음을 알고, 특히 성별에 따라 그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이가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립초는 공립초와 달리 선생님들의 순환배치가 없어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평판이 안 좋은 선생님이 있어도 그 분의 퇴직 전까지는 다른 선생님이 교체투입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교사진의 변화를 꾀하기는 불가능. 아이친구의 경우 저학년 수업에 적합하신..학습에 관심이 많지 않은 정년을 앞둔 선생님을 저학년과 고학년 때 두 번이나 만나서 학습습관을 잡는데 꽤나 고생하기도 함.

6년의 초등생활 중 반은 코로나 이전 그리고 나머지 반은 코로나로 인한 혼란의 시기와 위드코로나로 지냈는데, 돌아보니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등으로 제대로 된 학습이나 학교생활 등이 가능할지 걱정이 가득하던 시절을 학교의 적정한 대처로 비교적 큰 동요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온라인 수업도 시작하기까지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처음부터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수업으로 진행했고, 교과과목 이외에 체육수업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했고, 상황에 따라 학년별 구분 등교해서 친구들하고도 가끔씩이라도 만나고 선생님과도 대면수업하는 시간을 늘렸던 것도 좋았고, 아마 코로나 이후 부터 공립초과 대비된 사립초의 커리큘럼 덕에 입학경쟁률도 높아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더해 본다. 물론 아이를 데리고 추첨현장에 참여해야 해서 다수의 학교에 지원하더라도 1개의 학교에만 추첨이 가능했던 예전에 비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탓에 다수의 학교지원 및 추첨이 가능해져서 나중에 입학 포기 등 허수가 있는 것도 영향은 있겠지만..

학교라는 곳이 모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는 없고, 의무교육인 이상 내가 만족할 수 없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지만, 사립초의 경우 학교마다의 특성을 고려해서 입학을 직접 결정한다는 점 그리고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그 확률값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원하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아이의 입학 초반에 너무 높은 기대로 인해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괜찮았는데) 나 혼자 학교의 행정시스템에 그리고 일부 선생님들에게 실망하고 분개한 적도 많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확률값을 높인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조금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지켜볼 수 있었겠다는 작은 아쉬움이 ㅎㅎ 나 역시 아이가 1명이라 경험한 사립초도 1곳에 불과하여 제한적인 경험이지만, 먼저 6년을 지나온 경험담이 이 시기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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