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갈아타기 5(feat. 이사업체 결정하기)

꽤나 오랜만에 실거주 갈아타기를 하게 되었고, 특히 당일이사가 아닌 보관이사를 하게 되면서 어쩌다 이사비용이 두 배 정도 들 것 같아, 이사업체 결정 전에 이왕이면 여러 업체에 견적을 보기로 결정했다. 우선은 보관이사로 업체로 유명한 두 군데 업체에 상담신청을 남겼으나, 한 곳만 콜백이 와서 무료견적을 볼 날짜를 정했고, 나머지 한 곳은 연락이 없어서 이사업체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몰, 이*방, 모*이사 등의 플랫폼에 이사희망날짜와 대략적인 이사장소(시군 정도의 위치)를 남기면 해당 플랫폼에서 전화가 와서 일반적인 사항을 확인한 후 매칭가능한 업체와 연결해 주거나 바로 매칭가능한 업체에서 연락이 오는 방식이었다. 10여년 전 이사할 때는 경험하지 못 했던 새로운 이사관련 시스템으로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고, 그 덕에 어렵지 않게 총 5군데의 이사업체로부터 이사견적을 받아볼 수 있었다.

거의 두 달 전에 무료견적을 신청했음에도 일부 업체는 그 날 일정이 있다고 죄송하다며 견적신청을 취소했고, 보관이사로 유명한 스*이박스라는 업체는 견적오기로 한 바로 전날 연락이 와서 그날 일정이 예약이 되었다며 조정할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사업체 특성상 견적을 보더라도 실제 예약금이 들어오면 바로 예약이 확정되므로 견적을 보기 전이나 보고 나서도 최종 결정하기 전에 원하는 날짜의 일정이 확정될 수 있다고 고지는 들었으나, 불과 4-5일 사이에 예약이 확정될 줄이야..보관이사로 꽤나 잘하는 것으로 평이 있는 업체여서 더욱 예약하기가 힘든 것 같았다. 스*이박스에서 하루 앞당겨서 이사가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 다음날 잔금을 치르면 되서 조정해도 됐었는데 나도 모르게 특정일에 이사 나가는 거로 머리에 박혀 있어서 해당 업체에 이사일 조정은 곤란하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견적조차 받지도 못 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에 이사업체 플랫폼에서 4군데 업체와 연결이 되었고, 일주일 내로 일정은 예약되었다. 이사를 두 달 정도 앞두고 이사견적을 보는 거라 여유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해당 날짜에 일정이 있다고 하는 업체도 있었고, 스*이박스처럼 견적보기도 전에 마감이 되어 조금 마음이 급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사업체 견적 보러 오는 날짜마다 매번 조퇴하기가 번거로워서 남편과 번갈아 일정을 맞춰서 이삿짐에 대한 견적을 받게 되었다. 이삿짐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이 서로 다른 날 이루어지므로 비용이 2배인 것은 당연하지만, 이삿짐의 용량을 몇 톤으로 잡는지는 업체별로 생각보다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이사를 한동안 가지 않은 세 식구 짐이라 적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7톤을 책정하는 업체가 있었는가 하면 10톤으로 보는 업체도 있어서 업체별로 견적금액이 차이가 꽤 났었다.

장롱도 버리고 가고 에어컨도 두고 가고 책장도 버리고 가는데도 짐이 적지는 않았던지 7.5톤 정도가 평균적이었던 것 같다. 사다리차 비용도 업체별로 차이가 2-3만원씩 있었고, 그 중에 이사가는 단지의 특성을 알고 계신 분도 있어서 그 쪽은 사다리차 사용이 불가능한 라인도 있다며 사다리차 비용을 별도로 견적을 내주시는 업체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인지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사업체들 견적을 보면서 깨알같은 정보들도 알게 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금요일 이사비용이 토요일 이사비용보다 20만원 정도 비싸다던가..원래는 주말이사가 당연히 더 비쌀 것으로 생각해서 어떻게든 금요일에 이삿짐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팁으로 인해 이사날짜를 토요일로 변경해서 인테리어일정에도 살짝 여유가 생겼다. 해당 금요일이 손 없는 날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 업체 사장님은 금요일이 원래 20만원 정도 더 비싸다고 하심

어떤 업체에서는 실크도배로 인해 당일이사를 못 하고 보관이사를 하게 된다고 하니 도배금액을 물어보고 우리가 바가지 쓴 거 아닌지 확인해 주시기도 하고, 하루 만에 실크도배도 가능하다며 아는 업체(생활의 달인에 나왔다며)를 연결해주시려는 사장님도 있었고(물론 이분의 견적은 너무 비싸고 전체적인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패쓰했지만),

아이의 방에 벙커침대가 있어서 견적을 보는 모든 업체에 분해 및 재조립을 요청했는데, 유독 한 업체는 이건 쉽게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꽤나 걸린다면서 자기네가 별도 비용을 추가하지는 않지만, 따로 해당 업체에 분해조립을 요청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이상한 요구를 하기도 하셨다. 차라리 비용을 추가하는 게 낫지 자기네가 하더라도 돈을 추가하지는 않지만 나더러 돈을 들여서 업체를 불러주면 고맙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으셔서 이 업체는 그냥 제외했다.

그리고 길지 않은 기간을 이삿짐을 보관함에도 불구하고, 업체별로 창고 사용료가 다른 점도 특이했다.

어떤 업체는 한 달 단위로 컨테이너를 빌려서 쓰는 거라 하루건 열흘이건 비용이 동일하다고 하면서 창고 2개를 써야 하는 짐이라 20만원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느 업체는 자기네가 따로 쓰는 창고가 있다며 저렴하게 6만원이라고 했고, 다른 업체들은 대략 10-12만원을 책정하기도 해서 대체 보관비용의 정체는 무엇인지 조금 헷갈렸다. 그리고 업체별로 냉장고 코드를 별도로 꽂아주겠다는 업체도 있었고, 단순 보관이므로 그렇게는 어려우니 냉장고는 대략 비우기를 권장받기도 했다.

결국엔 가장 저렴한 업체와 가장 비싼 업체는 제외하고, 이사업체 정하셨냐며 견적 본 다음날 전화와 문자로 결정을 재촉하는 업체도 제외했고, 남은 업체들 중에서도 이사견적을 봐준 사장님의 언행이나 견적 보는 스타일이 괜찮아서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은 업체로 선정했다. 어떤 업체는 견적을 보면서 계약금이 얼마인지 표시를 해주기도 했고, 업체결정을 재촉한 한 업체는 견적 본 당일 예약금 입금을 유도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결정한 업체에는 계약금 10만원을 입금하고 예약이 확정되었는데, 신기한 건 예약금을 이사업체가 정해주지 않았고 전체 총액에서 예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반은 짐을 빼는 날, 나머지 금액은 짐 넣는 날 주시면 된다고 해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렇게 갈아타기를 위한 한 단계 스텝이 또 마무리가 되었다. 이사업체도, 이사날짜도 정해졌으니 이제 짐을 정리하고, 새로 들어갈 집에 소소하게 진행할 인테리어와 시공업체를 결정할 일이 남았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출받는 일도 남았구나..생각보다 이사날짜를 잡은 뒤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듯 하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