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 입학설명회 시즌..지원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2. 교우관계 등)

어떤 사립초를 갈지 결정하는데 학교의 커리큘럼 외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 학교친구들과의 교우관계이다. 대다수 사립초는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모두 지원할 수 있으므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과 떨어진 곳으로 가기도 하고, 집 근처에 위치한 사립초를 가더라도 단지 내의 초등학교와는 거리가 있어 아이는 유치원에서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다.

특정 유치원의 경우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몇몇 사립초로 같이 지원하여 합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립초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또는 둘셋이서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어리고, 학교라는 낯선 환경에 놓이다 보니 나도 개인적으로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에 많이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집 근처 공립초를 다닐 경우, 같은 유치원을 다니던 친구들이 한 반에 1-2명은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사립초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그 학교에 아는 친구 1-2명이 있는 정도인게 일반적이고 우리 아이 역시 그렇게 입학을 시켰다.

내향적이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남들에 비해 초반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딸아이..나는 그런 아이를 아는 친구 한 명 없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매일매일 학교에서 잘 지냈는지 오늘은 어떤 친구랑 이야기를 했고, 재미있게 지내기는 했는지를 물어가며 오히려 아이보다 내가 더 불안해 했던 시기였다. 직장 다니는 엄마 욕심에 그리고 내 기준에서 조금은 나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 아이를 굳이 힘든 환경에 밀어 넣은 게 아닌지..물론 학교에 입학지원을 하기 전에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요식행위였던 것 같다 ㅠ

다행히도 아이 학교에서는 입학식을 하고 첫 3일인가는 학부모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제한적으로 1-2교시 정도였던거로 기억함)를 주었고, 이 시기는 학교에서도 1학년 아이들의 학교적응시기로 보아, 아침에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고 내가 뒤따라 학교로 가서 수업을 참석하고, 정규수업 자체는 몇 시간 안 했고(담임선생님과 교실분위기를 익히는 정도?), 하교할 때 학부모와 스쿨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 하차지점을 확인하는 등의 교육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게다가 처음으로 교복이라는 불편한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겨웠을까 싶기도 하다.

사립초는 대부분 1개 학년에 4개반, 한 반의 인원은 30명을 꽉 채워서 입학하므로, 20명 초중반인 공립초에 비해 반 정원이 많은 관계로 저학년 때는 선생님의 케어가 부족해서 아이가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이 학교의 경우 1학년에 한해서 보조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비용은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안심이 된 건 분명! 담임선생님과의 교육적 지도 외에 조금은 보육적인 측면이 필요한 학년에 적합한 조치였던 것 같고, 요즘은 1학년에 한해 보조담임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아진 것 같다.

그렇게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도 부모 1학년이 된 기분이었다. 나 역시 익숙하고 알고 지내던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 따로 떨어져서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워 지켜봤어야 했으므로..입학 첫 주에 진행된 참관 수업에서 옆자리에 서있는 엄마들이랑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스몰톡을 하면서 서로 탐색전을 나누었던 아련한 기억이 난다 ㅎㅎ(지금 생각하니 이 과정이 나조차 쉽지는 않았는데 지금보다 젊어서 열정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입학 후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조금씩 몸에 익어갈 즘에 개최되는….많은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이 바짝 신경을 쓴다는 1학기 참관수업!!!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친구의 엄마들도 이 시기에 만난 것 같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 시기에 만난 인연으로 이렇게 저렇게 이어져 만났던 것 같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알고 지내던 유치원 엄마들과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공립초에 비해서는 매우 단촐하고 다소 외로운 엄마의 학교생활이었지만, 내 경우에는 회사생활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에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면 족했고, 아이 학교에 내 친구를 사귀러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많은 엄마들과 교류하거나 빨리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입학식 이후에 따로 볼 일이 없었던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가 자주 언급했던 친구들의 엄마 그리고 참관수업할 때 주변에 있었던 엄마들과 안면을 트고(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하지 않고, 직접 학교를 데려다 주고 데리고 가는 학부모들은 또 그들만의 리그가 미리 형성되기도 함) 반별로 밴드나 카톡방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도 가급적 참관수업이나 반모임에 참여해서 엄마들과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을 권하고 싶고, 특히 1학년 때는 체육행사 같은 학교행사도 가능하면 참석해서 아이에게 엄마가 학교생활을 응원하고 있음을 아이에게 인식시켜주는 것이 필요한 듯 하다(초등입학을 앞둔 엄마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면, 엄마가 바쁘면 굳이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되지만 엄마가 오고 싶다면 오라고 하고, 중학교에 가면 참관수업에 오지 말라고 하는 아이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사립초의 특성상 사는 지역이 달라서(거리상 인근이어도 행정동이 다른 경우가 많음;;)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하교 후에 따로 만나기가 어렵고,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만나서 놀기가 어려워서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주말에 따로 만나서 플레이데이트를 종종 했었다. 공립초에 다니는 경우, 같이 하교하면서 동네 놀이터에서 놀거나 같은 학원을 다니며 친구들을 접할 시간들이 있지만, 사립초 아이들은 생활권역이 다른 경우가 많고, 공립초 대비 하교시간이 늦어서 스쿨버스를 타고 각자 하교하거나 학교에서 바로 학원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아닌 이상 평일에 친구들과 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끔 직접 데리러 가서 하교를 시킬 때는 그렇게 친구들과 학교 놀이터에서 놀고 가자고 조르기도 했는데, 한참 친구들과 놀고 싶은 나이에 수업 끝나고 저마다 다른 스쿨버스를 타고 하교를 하는게 싫기도 했겠다 싶다. 저학년까지는 주로 키즈까페에 가거나,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었고, 나 역시 엄마들과 그렇게 어울리면서 내 아이와 성향이 맞는 아이친구를 알아가고 내 성향에 맞는 아이친구엄마를 알아가는 과정들을 지나게 되고, 특히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와는 그 엄마와 따로 연락해서 둘이 만나서 놀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던 것 같다. 3학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키즈까페를 가기가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고, 아이들마다 제각각 친한 친구들이 생겨서 엄마들이 주도하는 플레이데이트는 큰 호응이 없어졌고 그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해 따로 놀 수 있는 시간들은 없었고, 엄마들끼리만 소식 주고받고 가끔씩 주말에 브런치모임을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 만나서 놀 수 없음에 너무 아쉽고 힘들어했고, 상황에 따라 학년별로 나누어 등교할 때에 온라인 수업에서 진행하지 못한 여러 시험들이 몰려 있었음에도 친구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학교가는 것을 힘들지만 즐거워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해온 엄마들 모두 1학년 때 같은반 친구들의 엄마들이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는 1학년때 만큼 엄마들끼리 친해지려는 분위기가 강하지도 않고,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완벽 적응, 그리고 이미 본인의 취향에 맞는 친구관계가 형성되어서 엄마들도 조금은 편안해지는 듯 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저학년 때의 친구가 유지되기보다는 매년 바뀌는 반에서 취향이 맞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서 결국엔 엄마들의 인연으로만 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의 경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엄마의 딸들과 적당히 친하기는 하지만, 1학년때 이후로 한 번 이상 같은 반을 한 적이 없던 탓에 같은 반에 매일 부대끼며 지내는 더 친한 친구들이 있었고 6년의 시간을 함께한 감사한 인연들은 이제 아이친구의 엄마들이 아닌 내 지인들이 되어버림

사립초에 가면 동네에서 친구들을 사귀지 못 할까봐 또는 아는 친구들이 없는 학교에서 적응하는게 어려울까봐 등의 걱정은 엄마로서 당연한 염려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학교 또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며, 그 속에서 아이들은 본인과 잘 맞는 친구들과 금새 어울리므로 걱정보다는 믿음과 응원을 보낼 수 있으면 더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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